대회 후기/ICPC

The 2024 ICPC Asia Pacific Championship 후기 - (1)

leo020630 2024. 3. 11. 01:57

서론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The 2024 ICPC Asia Pacific Championship에 AllSolvedin1557 팀으로 참가했습니다. 평소와 다름없는 후기를 작성하려다 내용이 길어질 것 같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작성합니다. 1~2부는 3박 4일간의 전반적인 대회 일정을 다룹니다. 1부는 첫 이틀, 2부는 마지막 이틀에 해당합니다. 3부에서는 더 자세한 본 대회 후기 및 팀 전략 등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예정입니다. 1~2부는 아마 베트남 여행기 정도의 가벼운 요약성 글이 될 예정이니 편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부 링크 : https://leo630.tistory.com/212

3부 링크 : https://leo630.tistory.com/213

 

1일차 - 출국 (2월 29일)

저희 팀은 여기서 볼 수 있듯이 출국 3일 전까지 팀 연습을 열심히 돌렸습니다. 원래는 이틀 전까지 돌고 가려 했지만, 마지막 팀 연습을 끝내고 다들 (특히 제가) 많이 지쳐서 이틀간은 요양이나 하다가 가자고 했습니다. 정작 그렇게 생긴 이틀엔 팀 노트를 만드느라 크게 쉬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고, 출국날인 29일 새벽 4시가 찾아왔습니다.

 

왜 새벽 4시에 출국을 했을까요? 안타깝게도 포항의 지리적 한계로 인해 인천공항을 이용하게 되면 학교에서 공항까지의 이동 시간과 비행 시간이 비슷해지는 일이 일어나게 됩니다. 따라서 김해공항을 이용해야 했는데, 아무래도 인천보다는 선택지가 적어서 목요일 아침 8시 출국 / 월요일 아침 7시 귀국이라는 고통스러운 일정을 잡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무튼 새벽 4시에 다들 초췌한 모습으로 모였습니다. 이때 qjatn0120 선배도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qjatn0120 선배는 저와 21-22 리저널을 같이 나간 경험이 있으며, 굉장히 좋은 성적을 거뒀음에도 Asia Pacific Championship (aka 플레이오프, 슈퍼리저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어디에도 나가지 못했던 설움을 풀어주기 위해 Co-Coach로 베트남에 동행하기로 했습니다. 다른 선배들에 비해 워낙 소식이 없었어서 도움이 될지 좀 미심쩍었는데 팀연습때 제가 힘들게 푼 CHT 문제의 풀이를 바로 찾는 모습, 그리고 새벽부터 팀노트를 다듬은 후 프린트해오는 모습을 보고 조금 믿음이 갔습니다. 팀노트 마지막 장에 페이커 사진을 넣겠다는 저희의 계획이 장 수 문제로 폐기된 것만 빼면 퀄리티가 훌륭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밴을 타고 김해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저희 팀의 특징이 몇 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대회 내내 무슨 전쟁터에 온 것 마냥 진지했다는 점, 그리고 두 번째는 사실 마인드만 그렇고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좀 시끄럽다는 점입니다. (특히 코코치가) 아무튼 그래서 다들 몸이 피곤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공항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노이행 비행기에 탔고, 비행하는 동안은 다들 잘 잔 것으로 추정됩니다.

 

 

 

5시간 정도의 비행 끝에 하노이에 도착했습니다. 공항을 나와서 처음 본 것은 다름 아닌 위 사진입니다. 이때부터 조금 세계대회라는 실감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저와 petamingks가 먼저 나와서 남은 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volunteer 분들이 저희 팀명을 듣더니 굉장한 리액션을 해주셨습니다. 베트남까지 와 E-sports 팬을 만나니 신기했습니다. 처음으로 저희 팀명에 나름 좋은 부분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volunteer 분들과 게임 얘기를 열심히 하다 보니 일행이 도착해 호텔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저희만 다른 공항에서 와 그런건지는 몰라도 버스에 다른 한국 팀이 없어 아쉬웠습니다.

 

 

 

1시간 정도를 달려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호텔이 생각보다 엄청 좋아서 놀랐습니다. 개인적으로 얼마 전 미국에서 묵었던 호텔들보다도 크기만 빼면 좋았던 것 같습니다. Cau Giay 호텔에는 한국팀이 딱 2팀 묵었는데, 다른 한 팀은 숭실대의 PS akgwi 팀이었습니다. 저희 팀에게는 꼭 이기고 싶은, 내부적인 목표로 생각하던 팀이었는데 같은 호텔에 오게 된 것이 신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호텔 도착 이후 kwoncycle이 버스에 지갑을 두고 내리는 사고도 있었습니다만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도착 이후에는 호텔에서 조금 쉬다가 대회장 구경도 할 겸 점심도 먹을겸 길을 나섰습니다. 대회장인 VNU UET까지는 택시를 타고 이동했는데, 큰 지폐밖에 없던 petamingks가 "선행 쌓기"의 일환으로 팁을 크게 드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기사님이 굉장히 좋아하셨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VNU UET에는 대회장 뿐 아니라 이곳저곳에 플레이오프 현수막이 붙어 있었습니다. 다만 대회 당일이 아니었기에 딱히 할 수 없는 것은 없어서 조금 걷다 눈에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배가 고팠던 저희는 별 생각 없이 제일 비싼 메뉴를 시켰습니다. 샤브샤브 비슷한 비주얼의 무언가가 나왔는데, 아마 한국 돈으로 2만원 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 베트남의 물가에 감탄하며 맛있게 식사를 했습니다. 같은 아시아권이고 베트남 음식은 한국에서도 꽤 익숙한 편이라 일정 내내 먹을 걱정은 하나도 없이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걸어서 호텔로 향했습니다. 허나 이 결정을 적지 않게 후회했는데, 일단 베트남에 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오토바이가 정말 많습니다. 그냥 많은 수준이 아니라 도로가 3차선이라고 하면 1차선은 차가 다니고 다른 2차선은 오토바이가 다닙니다. 말이 2차선이지 오토바이는 차보다 얇기 때문에 10차선 정도가 되는 기적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매연도 많고 무엇보다 횡단보도를 건너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오토바이는 계속 달리기 때문에 오토바이가 아니라 달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건널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험난한 길을 뚫고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호텔 앞에 오렌지 주스 자판기가 있어서 하나씩 뽑아 마셨는데 한 잔에 오렌지를 4개씩 짜 주는 것을 보고 감동했습니다. 동남아는 과일이 다르다 어쩌다 말만 들었는데, 이때 마셨던 오렌지 주스가 제 인생에서 마신 오렌지 주스 중 제일 맛있었던 것 같습니다. 방에 와서는 뻗어서 자다 저녁으로 쌀국수를 배달시켜 먹었습니다. 이후 9시 35분에 코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언레기도 했고 귀찮아서 포기했습니다. 그렇게 길었던 베트남에서의 1일차가 끝났습니다.

 

2일차 - Opening Ceremony, 예비소집 (3월 1일)

 

 

오프닝 세레머니가 7시부터 시작하는 관계로 다들 6시에 일어났습니다. 대회장에 도착하니 월파 사진에서나 보던 큰 판이 있어서 사진을 찍은 후 입장했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는 다른 한국 팀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제 기억에 서강대 팀, 그리고 팀 연습을 같이 했던 전북대와 연세대 팀들을 만나 가볍게 인사를 나눴던 것 같습니다. 이후 꽤 긴 시간을 기다린 후 오프닝 세레머니가 시작되었습니다. 오프닝 세레머니에서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Tech Talk의 연사가 Alien Trick (wqs binary search)의 wqs였다는 점, UET 학생들의 축하공연이 인상깊었던 것, 그리고 저희 팀의 팀명이 최악이 아니었다는 점이 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오프닝 세레머니를 잘 끝낸 후 점심을 먹으러 단체로 이동했습니다.

 

점심은 그럭저럭 괜찮은 도시락이 나왔습니다. 이때는 뭔가 나라별로 앉는 느낌이었는데, 저희는 잘 아는 다른 한국 팀도 없었을뿐더러 앞서 말한 전쟁터 마인드 때문에 그냥 구석에 앉았습니다. 저희 앞에는 일본 와세다 대학의 hot-k-k1 팀이 앉았습니다. 짧은 영어로 대화를 나누다 일본 팀을 만나면 본인 이름을 팔라는 Hyperbolic 선배님의 말이 기억났습니다. 고민 없이 Do you know Hyperbolic?을 시전하니 다행히 들어본 적이 있다고 하셔서 그 이후에는 보다 순조롭게 대화를 나눴던 것 같습니다.

 

예비소집 때에는 팀명 덕에 재미있는 일이 몇 번 있었는데, 도쿄대 코치 분이 오셔서 22 DRX 팬이라고 하신다거나 공항에서 본 volunteer 분에게 Do you hate Gen.G? 라는 질문을 받는 일이 있었습니다. 팀명으로 어그로를 확실히 끈 듯 했습니다. 어그로 팀명은 대회를 못 쳐버리면 어그로 말고는 남는게 없기에 대회를 잘 쳐야겠다는 마음이 더 강하게 들었습니다.

 

 

 

이후에는 예비소집이 있었습니다. 예비소집인데도 상당히 엄격하게 통제하는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자리 배치가 특이하게도 UET 모양이었는데, 저희 팀은 그 중에서도 E의 가운데로 대회장의 센터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맞은편 팀이 요코하마 우승팀인 도쿄대의 Speed Star여서 팀원들끼리 힌트를 얻자는 말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일본어를 모르는데다가 결정적으로 저희 목소리가 훨씬 컸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었습니다.

 

예비소집 문제는 총 4문제로 이상한 자료구조 문제 / 무난한 DP 문제 / 인터랙티브 문제 / 실수 쓰는 기하 문제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초반에는 무난하게 풀다가 뒤로 가면서 코딩도 말리고, 수많은 공지사항이 엄청나게 큰 마이크로 전달되고, 결정적으로 코치가 내려와버리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이를렀습니다. 결국 본 대회에서도 이래버리면 어쩌나.. 싶을 정도로 집중이 되지 않는 상태라 그냥 팀원들이랑 아무 말이나 하다 나왔습니다.

 

 

 

그리고 저녁으로 꽤 고급져 보이는 뷔페에 방문했습니다. 뭔가 이때부터 대접을 잘 해준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았던 것 같습니다. 이후에는 이틀 연속으로 새벽에 일어나는 지옥같은 스케줄을 소화했기에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뻗어서 잠에 들 수 있었습니다. 부담감 때문에 잠이 안 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피로감이 이를 이길 정도로 컸던 것 같습니다. 이 덕에 상쾌한 컨디션으로 6시에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2부에서 계속됩니다.